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써봅니다.
집순이에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던 저는
놀랍게도 7개월째 아직도 마트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점, 첫번째는
평일 낮 주5일 근무에서
(제가 힘들다고 말씀드려서) 주2일로 변경을 해서
시급이 11500원에서
10500원으로 낮아졌다는 점 (주휴수당이 빠져서)
그래서 급여가 반의 반으로 훅 줄었다는 점
...입니다
아래는 이번 달 7월 14일(급여일인 15일은 토요일이라)에 입금된
6월 급여입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한 주는 빠지고
주2일, 총 8일 일한 결과물이네요
10,500원 x 4시간 x 8일 - 세금 = 332,980원
달라진 점, 두 번째는
올해 주식 시장이 너무 좋아서
제가 마트를 그만둬도 될 만큼의
큰 성과(올해 누적수익 n억)를 거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매일지 일부 아래에 공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트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안 쓰던 뇌를 쓰고 있고
상황 대처 능력을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순이가 점점 사회적 동물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본업이 재택인데요,
마트에서 일하는 7개월 동안에
재택만 했던 지난 9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네요)
그래서
경력단절 or 집에만 계시는 분들은
마트나 편의점 알바를 구하셔서
주1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계산 알바 꼭 해보시길 강추드립니다
내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느낌,
사회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이런 느낌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럼, 마트 일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실수
저는 많이 능숙해졌고
이제는 내 매장인 것처럼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지만
아직도 자잘한 실수들을 합니다 ㅠ.ㅠ
ㄱ) 엊그제 한 실수로는,
어떤 중년 남자분 상품들을 계산을 하는데
구입 안 한 상품까지 추가 계산하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손님이 화가 많이 나셔서 다시 찾아오셨어요;;
이런 일이 생긴 이유는,
제가 그 손님 계산 전에 수박 가격 조회를 했는데
그걸 삭제하지 않고
그 위에다 남자분 계산을 덮어버린 거였어요;;
그 분은 수박을 구입하지도 않았는데
수박 가격을 지불하신 겁니다 햐...
나라도 화가 나겠다는 반성과 함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재결제를 해드렸어요
ㄴ) 또 다른 실수는
어떤 젊은 남자분 결제를 해드리면서
재활용 봉투 10L 300원을 찍었어야 했는데
20L 550원으로 찍은 겁니다 햐...
뭐 이런 것들입니다....
일이 아무리 능숙해져도
잠깐 방심하면
바로 실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2) 배달 주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는 배달 주문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저희 매장은
직접 오셔서 3만원 이상 장을 보시는 분들에 한해서
회원 비회원 무관하게
배달을 해드립니다
(단, 매장 주위 일정 범위 내에만)
배달 도착 시간은
대략 최대 1시간 30분 이내라고 안내드리고요
일단, 손님이
장바구니 한 가득 장을 보시면
앗 배달이구나 직감하게 됩니다
(배달을 자주 하시는 손님들 얼굴을 이제는 익혔기 때문에
저절로 알게 됩니다)
그럼 제 뒤에 쌓여 있는, 적당한 빈 박스를 골라
계산하면서 박스에 담는 겁니다
(제가 테트리스를 엄청 잘 하는데
박스 안에 잘 쌓는다는 칭찬
최소 세 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ㅋㅋ
이상하게 마트 일 하면서
바코드 빨리 찍기,
박스 안에 차곡차곡 잘 담기,
이런 거에 은근히 꽂히면서 전투력이 생기더라고요 ㅋㅋ)
배달 주문 계산할 때 특이점은,
영수증 외에
배달 주소가 적힌 종이를 추가로 뽑아서
박스 위에 테이프로 붙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배달기사님들이
그 주소를 보고 배달하시는 거고요
박스가 여러 개이거나생수가 묶음으로 있거나 하면
배달 기사님이 잘 챙겨가시도록
주소 종이 하단에 별도로 표기해 줍니다
(ex) 삼다수 2L X 12개, 맥주 박스 1개 등등
3) 기억나는 손님들
ㄱ) 저희 매장 근처에는 영어 학원이 많아서
(영어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옵니다
그래서 저도 30대 중반 이후로 손 놨던 영어회화를
가끔씩 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떠듬떠듬 썼던 영어 표현들로는,
This is Buy 2 Get 1 Free (이거 투뿔원이에염)
Would you like a receipt? (영수증 필요하셈?)
I'll put my membership number, so you get discount, okay?
(제 회원번호 넣어서 할인해드릴게염 괜찮쥬?)
=> 근데 이 말은 너무 길어서
이후로는 회원전용할인 상품 들어있을 때는 조용히 제 번호 넣어드립니다
근데 외국인이더라도
한국어를 쓰고 싶어한다는 게 보이는 분들이 계셔서
(특히 일본인분들)
영어를 굳이 안 쓰고
한국말로 천천히 말해드리기도 합니다
ㄴ) 초등학교 어린이들 중에
인사성이 정말 밝고 맑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와, '뉘집 자식인지'
아이의 행동만 봐도 부모가 그려지고
넌 참 가정교육 잘 받은 보석 같은 아이구나
...라고 느껴지는 아이들
아이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저도
그런 아이들은 넘나 사랑스럽더라고요
ㄷ) 진상 손님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아닌 말로,
와, 드럽고 치사해서 못 해먹겠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손님은
여전히 아직까지도 한 분도 안 계셨어요
제가 오래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고요
4) 마트 알바를 하며 새로 알게 된 것
마트 계산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라는 것을 마트 일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왜 저의 단골 슈퍼 아주머니는
저희 가족에 대해 그렇게 잘 기억하셨는지
마트 일을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된 겁니다;;
ㄱ) 일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는
핸드폰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하는데
가족 내 특정인에게 적립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보니
단골손님일 경우
가족 구성원 전체를 저절로 알게 됩니다
(적립할 때 항상 이름을 확인하기 때문에)
아, 이 분과 그 분이 부부시구나
이 분이 따님이시구나 등등
ㄴ) 게다가, 특정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할 경우
계산원은 반드시 당신을 기억합니다
다만, 모르는 척 할 뿐
예를 들어, 꼭 특정 음료를 사가는 학생,
퇴근 후 꼭 소주와 안주거리를 사가시는 손님,
주기적으로 아부지 막걸리 심부름을 하는 따님,
등등
구매에 패턴이 있으면
굳이 아는 척을 하지 않더라도
계산원에게 당신은 이미 아는 사람입니다 (응?)
하지만,
마트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마린이 시절
자주 방문하는, 성격 털털해 보이는 20대 여대생에게
'xxx 자주 드시네요' 라는 식으로 아는 척을 한 번 했다가
그 학생의 방문이 뜸해지는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은 후
이제는 성격 좋은 주부님들이나 어르신들 아니면
절대 함부로 아는 척을 하지 않습니다
쓰다보니 지루한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그럼 저는 에피소드 쌓으러 이만 가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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